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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2019 외부 행사 참석

2019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야간행진 대표 연대 발언

안녕하세요 트랜스해방전선 대표 김겨울입니다.

오늘은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입니다. 올해 집회의 주제는 평등과 안전 빛나는 밤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는 누구에게나 보장된 기본권입니다. 어쩌면 당연하게 보장받아야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투쟁으로 쟁취해야 한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게 다가옵니다. 

트랜스해방전선도 안전과 관련해 할 말이 매우 많습니다. 트랜스해방전선은 지난 인천퀴어문화축제, 제주퀴어문화축제에 직접 참여하며 그 곳에서 혐오 세력과 맞서 투쟁했습니다. 그리고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만으로 혐오 범죄에 희생되신 분들을 추모하고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그 혐오범죄를 멈추라고 11월 17일 이태원에 모여 외쳤습니다. 

또 다양한 성소수자 혐오에 즉각 대응하기도 했습니다. MBCPLUS라는 공영방송의 자회사의 계정 관리자가 트랜스젠더를 혐오하는 발언을 공식 계정에 게시하는 일이 발생했고 이에 트랜스해방전선은 이 사건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동시에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서의 성별 표기 방식을 기존 성별이분법적인 방법에서 본인이 스스로 본인의 성별 정체성을 기입하는 방식으로 변경하겠다는 답을 받아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수많은 트랜스젠더, 인터섹스 등 성소수자들이 안전하지 못한 화장실 구조에 외출할 경우 화장실 가기를 포기하는 분들도 많고 그래서 건강에 위협을 받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화장실은 가장 안전하고 개인적인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의 제도 안에서 화장실은 성별이분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이 법에서 트랜스젠더 당사자는 배제되고 있습니다. 생존을 위해 가장 기본적인 제도에서 조차 배제하는 것은 성소수자를 안전한 공간에서 계속 밀어내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또한 트랜스젠더를 포함한 모든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표현 역시 성소수자들을 안전하지 못하게 위험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표현은 성소수자에 대한 무지에서 오는 두려움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혐오 표현과 배제 때문에 수많은 성소수자가 안전하게 노동할 권리도 빼앗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스스로 우리의 삶을 선택할 자격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혐오하려는 사람들은 소수자에 대해 잘 모르면서 함부로 얘기합니다. 화풀이를 합니다. 변태라고 합니다. 더럽다고 합니다. 치료를 받으라고 합니다. 해고를 합니다. 심지어 직접적인 폭력을 가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존재 취급을 받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살아남아 여기에 모여 서 있습니다.

 단순히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혐오에 지지 않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1분1초를 투쟁하고 버티며 살아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에 모인 모든 바이너리 트랜스젠더,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 젠더퀴어를 포함한 모든 성소수자 분들께, 그리고 특히 이 순간에도 고통받고 있을 이 곳에 오지 못한 모든 성소수자분들께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혐오가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무자비한 차별에 노출되어, 어쩌면 벗어날 방법이 도저히 보이지 않아 종종 극단적인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제발 어떻게든 꿋꿋이 살아남아주십시오. 우리가 살아남아 그들의 주위에도 친구중에도, 가족중에도 이렇게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줄 때, 그들은 혐오를 멈출 것입니다. 그래서 가시화는 우리에게 생존과 직결된 문제인 것입니다. 저는 아직도 바꿔내지 못한 현실이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그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투쟁하고 있는 여러분이 자랑스럽습니다.

 우리의 가치는 누구를 사랑하는지, 내가 어떤 모습인지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닙니다. 그저 우리가 살아있는 이 순간이 이미 의미있는 일입니다. 지금 여러분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절대 여러분의 탓이 아닙니다. 소수자에 대한 억압은 여러분이 무엇을 잘못해서가 아니라 차별적인 사회 구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세상을 바꾸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본인의 삶의 희망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을 옆에 있는, 이 곳에 모인 모든 분들을 보며 잊지 말아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이 말도 안되는 세상에서 꿋꿋하게 살아남아 오늘 이 곳에 모인 여러분은 정말 소중한 동지들입니다. 단 한 사람도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의 죽음도 염려하지만 죽음보다 끔찍한 여러분의 삶을 염려합니다. 더이상 옆의 소중한 사람의 이른 죽음을 걱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의 꿈과 행복, 그리고 삶을 빼앗을 자격이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여성이란 이유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노동자란 이유로, 난민이라는 이유로, 그 어떤 소수자라는 그 이유 자체 만으로 차별 받고 폭력을 당하는 사람이 있다면 끝까지 그 불의한 혐오에 맞서 함께 분노하고, 함께 싸우는데 앞장설 것입니다. 그리고 그 평등한 무지개빛 세상에서 여러분과 함께 손잡고 행복할 날을 기다릴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습니다. 지금도 고통받고 있는 내 주위의 동지들을 위해. 그리고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혼자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고통받으며 힘들게 생존하고 있는 누군가를 위해. 지금 당장 바꿔야만 합니다. 당장 성별정정에 관한 법률과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성중립 화장실을 만들어야 합니다. 나중은 없습니다. 

이 혐오 문화가 우리의 삶과 공동체를 파괴하려하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도 싸우고 있습니다. 우리는 소중한 존재의 가치를 지켜야 합니다. 우리가 지금 있는 곳에서 투쟁할 때 세상은 바뀔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오늘을 살아내는 우리는, 내일도 살고 싶습니다. 우리는 이해를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나답게 살고 싶습니다. 여기에 모인 모든 분들의 행복을 바랍니다. 함께 행복하게 살아봅시다. 트랜스해방전선도 그 곳에 함께하겠습니다. 우리의 연대는 혐오보다 강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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