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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2019 트랜스해방전선 행사

트랜스해방전선 10월 인권아카데미 6강 대표 김겨울 발제문 "‘소란스럽게 하기’와 트랜스젠더 가시화 운동- 트랜스해방전선의 활동을 중심으로"

대표 김겨울 발제문 ‘소란스럽게 하기’와 트랜스젠더 가시화 운동- 트랜스해방전선의 활동을 중심으로.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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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스럽게 하기’와 트랜스젠더 가시화 운동 - 트랜스해방전선의 활동을 중심으로 


 한국에서의 여러 트랜스젠더 인권 활동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활동한 트랜스젠더인권활동단체 지렁이, 2013년부터 활발한 활동을 해온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 2015년에 시범 운영을 마치고 어느새 5년차 단체인 성별이분법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모임 여행자 등 다양한 단체들이 등장했고 단체마다 중심적인 운동 의제와 활동 영역을 가지고 트랜스젠더 운동을 이끌어왔다. 

 그리고 2017년 12월 25일 트랜스해방전선이라는 트랜스젠더 인권단체도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 시작은 지금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는데, 이데일리에서 인터뷰하며 했던 말이 있다. “사실 트랜스해방전선의 처음 시작은 트랜스젠더 지인끼리 모여 작은 계처럼 만든 모임이었다”, “진행하다 보니 우리끼리 노는 모임도 좋지만,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인권 운동적인 모임을 해보자고 결심을 해서 만들게 됐다” 인터뷰서 밝힌 바와 같이  네, 다섯명이 모여 만든 모임이 이렇게까지 활동적인 단체로 성장하게된 데에는 트랜스해방전선의 운동 방향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트랜스젠더는 한국사회에서 악순환의 고리에 벗어나기 힘들다. 현실과 법적성별 간의 불일치에서 오는 취직의 어려움, 그로 인한 수술비 마련의 어려움, 성별 정정시 수술 강제 요건에서 오는 어려움. 그래서 대부분의 트랜스젠더가 자신을 숨기고 지내거나 성노동을 강요 받는다. 자신의 자유의지에 반하게 강요당한 삶은 인생을 피폐하게 만든다. 트랜스해방전선은 이런 악순환의 고리가 대다수 트랜스젠더들의 삶을 절대적으로 불행하게 만든다고 생각했고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이런 현상을 가시화 하고 소란을 만들어 문제를 알리고자 하고 있다.

 짧은 기간이지만 지난 2년간 트랜스해방전선의 여러 활동 중 몇 가지를 짚으며 트랜스해방전선의 운동 방향인 ‘소란스럽게 하기’와 트랜스젠더 가시화 운동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나아가 트랜스해방전선이 현재 트랜스젠더 혐오로 인한 악순환을 끊고 트랜지션 의료 보험화와 성별정정특별법 제정트랜스젠더 노동권 쟁취 등 트랜스 해방을 위해 왜 소란스럽게 하는 방법을 택했는지도 이야기를 풀어내보고자 한다.

1. 전국퀴어문화축제 및 다양한 소수자 폭력 규탄 집회 참석

 2017년 말 트랜스해방전선이 발족하고 본격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간 것은 2018년이었다. 7월 엄청나게 무더웠던 서울퀴어문화축제에 부스로 참여한 이후 동력을 얻은 트랜스해방전선은 그 이후 전국 각지에서 열린 모든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했다. 그 중 서울을 포함한 제주부산인천은 부스로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실제 부스활동은 이루어질 수 없었다), 그리고 나머지 퀴어문화축제는 행진으로 참여했다. 퀴어문화축제에 연대하는 방법은 후원으로도 이어졌는데 트랜스해방전선은 이후 여러 지역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 후원금을 전달하는 방법으로 연대한 바 있다. 이러한 퀴어문화축제에 적극적 참여는 트랜스해방전선 초창기에 인지도가 지금보다 낮을 때 여러 퀴어 당사자들에게 트랜스해방전선을 알리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런 의미로 2018년 열린 퀴어문화축제에서는 트랜스해방전선 로고가 적힌 핀뱃지를 무료로 대량 배포하기도 하였다. 

 2019년엔 전년에 비해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는 빈도는 줄었지만 좀 더 알찬 프로그램들을 마련하였는데,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는 구체 모형에 스스로가 정의하는 본인의 정체성을 직접 적어 붙여 ‘우리가 직접 다시 만드는 젠더 스펙트럼’이라는 참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법적성별정정특별법 제정 서명전을 벌이기도 했고,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는 성별정정특별법에 대한 O/X퀴즈 등의 참여 프로그램을 준비하여 다양한 트랜스젠더 인권 의제에 대해 폭넓게 알리는 역할을 해왔다.

 퀴어문화축제에 연대하고 참여하는 것 말고도 트랜스해방전선은 다양한 소수자들의 집회에 연대하고 참여하였다. 2018년엔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주최 2018 평등행진 “우리가 간다” 참가(2018. 10. 20.), 전국노동자대회(2018. 11. 10.), HIV/AIDS 혐오/차별선동 규탄집회 "HIV/AIDS 혐오를 멈춰라!"(2018. 12. 01.)와 각종 미투 관련 집회에 참여하였으며, 2019년엔 세계 여성의 날 행사 (2019. 03. 08.),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주최 '카운트-다운: 우리가 만드는 낙태죄 폐지 이후의 세계' (2019. 03. 30.), 세계노동절대회 "투쟁하라"(2019. 05. 01.),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3주기 추모제 [묻지마 살해는 없다] (2019. 05. 17.),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주최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2019 "무지개가 광ː(光/狂)나는 밤" (2019. 05. 17.), 성소수자 색출 피해자 대법원 무죄 촉구 시위 "우리의 존재는 무죄다" (2019. 07. 20.),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주최 2019 평등행진 “평등을 말하라” (2019. 10. 19.), 민주노총 주최 “직접고용! 비정규직 철폐! 톨게이트 노동자 투쟁 승리! 촛불 문화제 (2019. 10. 19.) 등 다양한 여성, HIV감염인, 노동자, 이주민, 장애인 등의 소수자들의 집회에 공동주최, 연대 발언, 참석 등으로 연대하였다.

 역시 이러한 활발한 연대 활동의 이유도 이데일리와 진행한 인터뷰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 당시 다양한 소수자 인권에 목소리를 내는 이유에 대해 “결국 사람을 이루는 구성 요소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트랜스젠더이면서 여성일 수도 있고, 청년일 수도 있고 질환 보유자, 학생, 노동자, 장애인, 이주민일 수도 있기에 다양한 소수자 인권에 연대하면서 단체 활동의 외연을 확장하는 것 자체가 우리의 인권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기사에 소개 됐다. 인권이라는 것이 제한이 되고 총량제가 아니기 때문에 소수자들과 연대하는 것은 더욱 나은 세상을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을 운영위가 공유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2. 각종현안에 대한 활발한 논평활동 

 트랜스해방전선의 대외적 이미지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영역은 바로 논평이다. 트랜스해방전선의 이슈 대응 논평은 사건 파악의 정확성, 선명한 입장, 신속성에서 많은 이들에게 감탄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이러한 대응 매뉴얼은 공보팀에 한정된 것이 아닌 인권대응팀, 행정팀, 대외협력팀 등에서 즉각적으로 이슈에 대응할 수 있는 자원자를 통해 이루어지기에 가능했으며 운영위의 피드백 또한 빨랐기 때문에 서로의 합의 하에 선명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2018년 주요 논평으로는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 혐오 폭력을 규탄하는 2018. 09. 09 [논평] 혐오는 예수의 언어가 아니다, 2018. 11. 19. [논평] 군사법원이 유죄다, 2018. 12. 06. [논평] 도읍이 추하니 능히 옮길 만 하다, 2018. 12. 07. [논평] 우리도 살고 싶다 등을 발표하였다. 주로 트랜스젠더를 포함한 성소수자 혐오를 규탄하는 성격의 논평이 다수 발표되었다.

2019년에는 2019. 02. 22. [논평] 트랜스젠더 혐오가 공영방송의 법도인가, 2019. 05. 17. [성명] 우리의 삶과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을 기념하며, 2019. 06. 29. [논평] 트랜스젠더 혐오는 공영방송의 법도가 아니다 - MBC 마이리틀텔레비전 시즌2의 혐오 표현 자막을 규탄한다, 2019. 07. 03. [논평] 동방예의지국의 정갑윤 의원은 성소수자 국민에게 예의를 갖춰라, 2019. 08. 16. [논평] 웃으며 다시 만날 부산을 기다리며, 2019. 09. 06. [논평] 후보자에 대한 호불호는 법적 사안 아니고 장관은 아직 이르다 등 다수의 논평을 발표하였다.

 트랜스해방전선의 논평은 선명한 입장으로 성소수자 당사자들의 지지를 얻으며 트랜스젠더 의제 가시화에 큰 도움이 되었다.
또 내용적 측면을 제외하고도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한다는 의미에서 성소수자 인권 단체가 이런 식의 입장을 내놨다는 형식으로 언론에도 많이 인용되기도 했다. 특히 조국 정국에서도 트랜스해방전선의 논평은 성소수자의 목소리를 직접 낸다는데 의미가 있었다.

3. TDoR 집회 및 법적성별정정 캠페인, 릴레이 1인 시위

 본격적으로 트랜스젠더 의제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 이태원에서 제1회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집회를 개최하기 위해 준비를 하면서 부터였다. 무일푼으로 무작정 시작한 집회에 당초 50명을 예상했지만 그에 열배가 넘는 700여분이 집회에 참석해주셨고 연명에 개인 150명, 144개 단체가 참여해주셨다. 이로 인해 힘을 받은 트랜스해방전선은 생물학적 여성만을 대상으로 수정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 목소리를 내기 위해 12월 국회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갔고, 3월부터는 법적성별정정 제정 촉구 서명 캠페인을 시작해 현재 2,000여명이 넘는 시민분들이 서명을 해주셨다. 

 다가오는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에도 역시 이태원에서 또 다시 집회를 기획 중에 있고, 이번에는 러쉬와 스톰프에서 후원을 해주셔서 작년보다는 단체 입장에서는 마음을 덜 졸이는 집회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활동들 역시 ‘소란스럽게 하기’에 충실한 활동들이라고 평가하고 있는데,  TDoR집회만 놓고 봐도 주말 오후 혹은 저녁 시간대에 항상 길이 밀리는 이태원의 차도를 점거하고 이미 트랜스젠더 혐오에 희생되신 분들을 추모하고 더 나아가 지금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트랜스젠더퀴어 당사들이 생존을 이야기 하고 생존 속에서 다양한 인권 의제를 말할 수 있는 장이 되었다. 더 이상 혐오로 인한 죽음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선언에 가까웠다.

 이러한 활동들은 대표를 포함한 운영위의 경험이 많이 반영이 되었다. 실제 성별정정 절차에 있어서 무리한 요구를 받은 경험, 인권 침해 사례, 반려된 경험들이 법적 성별정정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캠페인에 반영되었고, 주위의 트랜스젠더퀴어 당사자들의 죽음을 목격한 경험들은 TDoR 집회에서 <그만 죽여라, 우리도 살고싶다>, <보통의 트랜스들의 위대한 생존> 같은 슬로건과 주제를 만드는 토대가 되었다.

4. 언론 및 인권위 관련 대응 

 트랜스해방전선의 최근 행보 중 가장 의미있는 결과가 있다면 인권위 진정서에서 성별 이분법적인 성별 기입란을 스스로 적을 수 있도록 바꾼 인권위 진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MBC의 한 음악 프로그램 계정이 트랜스젠더 혐오 표현을 공식 계정에서 사용하여 트랜스단체들이 공동으로 인권위에 대응하며 이뤄진 일이었다. 해당 사안 진정을 넣으며 인권위 진정서에 성별이분법적인 성별 기입란에 문제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다. 

 인권위가 해당 진정을 수용함으로서 공문서에서 최초로 성별이분법에서 벗어난 성별정체성을 수용하는 사례를 만들게 되었다. 이는 언론에 대대적으로 표출되었고 이로 인해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의 가시화 효과도 거둘 수 있었다. 이 트랜스젠더 인권 단체들의 공동행동은 작은 부분일 수 있으나 직접 성별이분법을 제도적으로 변화시켰다는 점에서 성소수자 커뮤니티 내에서 의미 있는 결과물로 평가되었다. 

5. 나가며

 앞서 언급한 사례들과 같이 트랜스해방전선의 지난 2년간의 활동은 ‘소란스럽게 하기’에 치중된 활동들이 대부분이었다. 다만 현장에 직접 나가고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활동에 집중하다보니 인력과 재원의 한계로 다른 부분에는 다소 부족했던 점도 있었다. 그래서 올해는 비온뒤무지개재단에서 단체역량강화기금을 지원받아 인권아카데미와 수다모임을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랜스해방전선의 역량이 부족한 부분은 또 다른 트랜스젠더 단체들에 계신 훨씬 훌륭한 활동가 분들이 채워주고 계셔 당분간은 트랜스해방전선의 운동 방향 기조는 현재의 가시화 운동에 집중하려고 한다. 

 트랜스해방전선이 꿈꾸는 트랜스젠더 혐오로 인한 악순환을 끊고 트랜지션 의료 보험화와 성별정정특별법 제정, 트랜스젠더 노동권 쟁취 등 트랜스 해방을 이끌어내기 위해 트랜스해방전선은 앞으로도 지금 트랜스젠더가 한국사회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드러내기 위해 투쟁의 현장에 나가길 그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활동해오신 여러 트랜스젠더 단체들의 가시화 행동은 역사가 되었다. 지금 트랜스해방전선과 여러 트랜스젠더 단체들 역시 역사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이러한 걸음에서 우리의 연대가 더욱 단단하기를 기원하며 발표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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