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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2021년

28/03/2021 [한국일보] "눈치 보여 병원 못 가고 상비약 삼키며 견딥니다"

의료적 트랜지션을 마친 트랜스 여성 류세아(30)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신분증을 보여줘야 했던 공적 마스크 구입이나, 출입명부로 인해 곤혹스러웠던 이들이 주변에 많다"라고 귀띔했다. 신분이 드러날까 마스크도 사지 못하고, 같은 이유로 외출도 꺼리게 됐다는 설명이다.

류 위원장은 "4, 5년간 상담했던 곳인데 (정체성) 얘기를 꺼내자마자 태도를 바꿨다"라며 "(의사가) '너는 그런 게 아니다, 그러고 다니지 말라'며 '군대 가기 싫어서 그런 것 아니냐'라고도 하더라"고 했다.
매년 11월 20일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을 갖고 먼저 떠난 이들을 기린다. 트랜스해방전선의 활동가 꼬꼬(활동명·30)씨는 "어느 날 알고 지내던 트랜스젠더 지인의 소식이 끊기면 얼마 후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지곤 한다"라고 털어놨다.
류 위원장도 "사회적 차별이 없었다면 일찍 죽지 않았을 텐데, 차별해놓고 '너희는 빨리 죽는다'고 얘기한다"라고 꼬집었다.
"맛있는 밥 챙겨 먹고, 꼭 자연사(自然死)하자."

꼬꼬씨는 트랜스젠더 지인들과 만나면 나누는 인사를 알려줬다. 노화로 인한 죽음을 '소망'이라 할 정도로 트랜스젠더의 건강한 삶은 녹록지 않지만, 이들은 서로 약속하며 하루를 견딘다. 그는 여기에 작은 소망 하나를 더 보탰다. "아플 때 눈치 보지 않고 병원에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원문 읽기: m.hankookilbo.com/News/Read/A2021031910570002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