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무렵일까. 김겨울씨(27)에게 의문이 생겼다. “내가 남들과는 다르구나. 남자는 아닌 것 같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 데뷔한 트랜스젠더 가수 하리수씨를 보며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알았다. 자연스럽게 자신을 여성으로 받아들였다. 몸에서 오는 디스포리아(성별 위화감)보다 사회에서 오는 디스포리아가 심했다. 나는 분명 여성인데, 너는 이래서 여성이 아니라고 말하는 잣대들이 너무 많았다. 내가 나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게 고통스러웠다."
"단지 남성적으로 보이지 않다는 이유였다. 외관은 보통 남성의 모습이었지만 남학교에서 ‘다름’은 은연중 드러났다. 언어·신체적 성폭력에 시달렸다. ‘없는 사람’ 취급도 허다했다." "“그래도 내가 그 사회에서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않는 느낌이었다.” 혹시 트랜스젠더라는 걸 들키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불안했다. 대학은 1년 남짓 다니고 그만뒀다. 야간 식당일 등을 하며 수술비를 모았다. 수술하고 싶은 마음은 크지 않았지만, ‘1’을 지우려면 수술이 필요했다."
"뉴트로이스(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3의 성으로 인식)로 정체화한 ㄷ씨는 “여대나 여군에도 자신이 여성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트랜스 남성이라든가 성별 이분법에 속하지 않는 사람이 분명 있다”며 “우리는 사회에 존재하고, 어떻게든 잘 살아가고 있으니 우리를 혐오하지 않는 게 다양성을 존중하는 길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트랜스젠더가 ‘있는 그대로’ 살아갈 수 있는 안전망도 고민해야 할 때다. 주민등록번호는 종종 이들의 발목을 잡는다. “본인 맞으세요?” 법적 성별 정정을 마치지 않은 트랜스젠더는 은행·관공서 등에서 신분증을 내밀 때마다 조마조마 한다. 이 때문에 많은 트랜스젠더가 법적 성별과 본인의 성 정체성을 일치시키기 위해 법적 성별 정정에 나선다."
"“트랜스젠더 한번이라도 만나본 적 있으세요? 당신 곁에도 있을 거예요. 그런데 당신이 그들을 배제하는 이야기를 서슴지 않아서 자신을 드러내지 못할 수도 있어요.” 트랜스해방전선 활동가 데이빗씨는 “트랜스젠더의 실제 삶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이런 사람일 거야’라며 단편적 이미지에 가둬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트랜스젠더는 엄청나게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트랜스젠더 인권활동가들은 무엇보다 ‘차별금지법’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데이빗씨는 “법이 모든 걸 해결해주리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차별금지법이 차별인지도 모르는 여러 차별에 대한 언어를 만들 수 있고 고칠 수 있고, 그것이 ‘차별’이라고 말해 줄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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