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활동/2021 외부행사참석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활동 계획 및 복직 소송 진행 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겨울 트랜스해방전선 대표 추모 발언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활동 계획 및 복직 소송 진행 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겨울 트랜스해방전선 대표가 추모 발언한 내용입니다.

-

고 변희수 하사님의 명복을 빕니다.

하사님께서 떠나신 장례식장에 발을 들이는 순간 저는 세상이 무언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게 진짜 맞는 세상인지, 수많은 친구와 동료들을 보며 어째서 우리는 또 장례식에서 만날 수밖에 없었나 하는 한탄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습니다. 개인에게 가해진 그 모든 차별과 혐오 속에 하사님께서 얼마나 큰 고통을 감내하며 괴로운 날들을 보내셨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웃고 있는 사진 속의 아름다운 하사님이 벌써부터 너무 그립습니다.

트랜스젠더로서 군 복무를 이어나갈 의지를 밝히신 변희수 하사님의 용기 있는 선택을 존경합니다. 수많은 트랜스젠더퀴어 당사자들이 변희수 하사님의 선택을 보며 힘을 얻었고, 위로를 받았으며, 우리가 언제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존재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미리 만들어 두지 못했습니다. 개인으로서 짊어지셔야만 했던 많은 일을 잊지 않겠습니다. 변희수 하사님의 의지를 이어받아 겪지 않아도 됐던 그 많은 안타까운 일들을 겪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연대하겠습니다. 또한, 국가로부터 강탈당한 변희수 하사님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 앞장설 것입니다. 복직 투쟁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차별과 혐오는 생명을 위협하는 칼날과도 같습니다. 무자비한 칼날로부터 소수자를 보호하고 포용적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여론을 주도하며 노력해야 할 국가가 오히려 차별에 앞장서고 있는 상황에 분노합니다. 어째서 당신들은 그것밖에 하지 못한 건가요? 막을 수 있는 일들을 막아주십시오. 할 수 있는 일들을 해 주십시오. 이제는 참고 살지 않겠습니다. 트랜스젠더 우리에게도 모두와 같은 안온한 일상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변희수 하사님의 명복을 빕니다. 당신의 용기를 잊지 않겠습니다. 당신의 마지막보다 당신의 의지와 빛나던 날들을 기억하며 살겠습니다. 남은 우리가 잘하고 있겠습니다. 모든 것을 잊고 부디 영원히 안녕하시기를, 그대가 평안하고 또 평안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021년 3월 15일

트랜스해방전선 대표 김겨울


트위터: twitter.com/freetransright/status/1371304360093749249

페이스북: www.facebook.com/freetransright/posts/894223078042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