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주최 기자회견 "후보들은 들어라! 분노의 말하기"에서 류세아 부대표가 발언한 내용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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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선거가 한창이고, 후보자들은 수없이 많은 말들을 만들어냅니다. 아직은 날씨가 매서운 2021년의 초입, 후보자들이 맞대어 앉은 토론 테이블의 높다란 벽에 가리어 당신들의 윤이 반질반질 나 있을 구두는 보이질 않았습니다. 당신들이 딛고 서 있는 단단한 지반을 가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제도라는 기반을 딛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우리 성소수자들에게 주어진 그 지반은 너무도 거칠고 얼기설기 헤진 것이라서, 서로를 단단히 붙잡지 않으면 나아가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당신들이 되고자 하는 선출직 공직이라는 자리는, 그 제도를 입안하는 자리입니다.
선거가 치러집니다. 동료 시민을 동등하게 존엄한 존재로 대우하지 못하는 당신들의 인식 때문에 치러집니다. 무엇이 그 가해를 저질렀습니까? 뿌리 깊은 가부장제가, 이성애 중심주의가, 연애와 가족에 대한 ‘정상’ 규범이, 젠더에 대한 몰이해가, 남성 중심 사회가, 성평등하지 않은 사회가 그 가해를 저질렀습니다. 그런데 당신들은 그 가해로 인해 벌어지는 보궐선거에서도 혐오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부럽습니다. 당신들이 몰지각하게 내뱉는, 매 순간 숨 쉬듯 쏟아지는 그 혐오들이 고가의 방송 장비를 타고 전국으로 흩어질 때, 우리는 또 거리로 나왔습니다. 정보 경찰들이 나와 소음을 측정하는 앞에 나와 동료 시민의, 친구의 죽음을 이야기합니다. 누가 당신들에게 그런 권력을 주었나요? 우리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시민들이 위임한 권력입니다. 그런데 당신들은 그 권력으로, 말을 가장한 혐오의 칼날을 만들어 흩날리는 데 쓰고 있습니다.
국회의원회관 5층에는 故 변희수 하사님을 기억하는 추모 공간이 마련되어있습니다. 양당의 여러 정치인의 조화와 조기도 그 자리를 메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그녀의 죽음을 추모하는 거대 양당 정치인들이 이렇게 가득한데, 왜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발의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국회 소위에서 몇 차례 논의조차 진행되질 못하고 있는 것인가요? 차별금지법은 우리 사회의 평등을 완성하는 법은 아닙니다. 동반자 등록법, 성별 정정 특별법, 성평등 교육 정책, 성별 이분법적 주민등록제도 등의 폐지, 인터섹스에 대한 강제 성기 수술 금지 등 우리 사회 제도가 나아갈 길은 아직 더 많은 과제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지금 차별금지법을 외치는 것은, 차별금지법이 평등 사회로 나아가는 최소한의 합의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는 먼저 떠난 동료들을 기억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기억하는 것은, 잊지 않고 행동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당신들이 안온하게 자리 잡고 있는 기득권이라는 벽을 깨부술 겁니다. 오늘도, 내일도 잊지 않고 외칠 것입니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국방부가 범인이다, 혐오 살인 중단하라!”, “우리는 여기에 있다, 혐오 정치 규탄한다!”
끝으로 험하디험한 제도의 지반을 함께 걸어가는 모든 동료 시민들에게 전합니다. 함께 살아갑시다. 서로를 단단히 붙들고, 놓지 말고 나아갑시다. 아플 때는 같이 의지하고 안아줍시다. 그렇게 잠시 쉬더라도 결국에는 나아갑시다. 우리가 나아갈수록, 나아온 지반은 조금씩 단단하게 다져질 것입니다.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오늘 이 자리에 있음을 기억합니다. 우리 더는 누구도 기억 속에 남겨두지 말고, 모두 좀 더 평등한 사회에서 만납시다. 여러분 모두의 생존에 감사합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 그러한 감사에 인정받을 필요도 없이 존엄한 존재임을 기억합시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내일도 다시 만납시다. 그리고 함께 나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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