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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2018년

21/11/2018 [경향 신문] 트랜스젠더는 ‘제3의 성’?···‘1’이란 족쇄를 차고 ‘2’의 삶을 사는 사람들

‘1’과 ‘2’. 누군가에겐 아무것도 아닌 숫자는 트랜스젠더에겐 낙인이다. 목숨과 맞바꿀 정도로 얻고 싶은 삶의 목표다. 이 숫자를 얻기 위해 수천만원을 들고 태국까지 날아가 성전환 수술을 받는다. 12시간이 넘는, 각종 마취를 받으며 메스로 배를 가른다. 수술이 끝나고 열흘 동안은 먹을 수도, 움직일 수도 없다. 수술 자체의 위험성과 부작용은 홀로 감내해야 한다. 한국에선 성별을 바꾸려면 반드시 성전환 수술을 거쳐야 한다. 대부분의 서구 국가들은 수술 없이도 성별정정이 가능하다.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트랜스해방전선’의 김씨(이하 ‘김’)와 류씨(이하 ‘류’)를 만났다.
류=국내에서는 병원이 별로 없긴 한데 보험도 안 된다. 수술 능력이 굉장히 많이 떨어진다. 부작용 걱정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태국으로 간다. 어느나라나 마찬가지다. 외국인들도(수술 받으려면 태국으로 간다). 저같은 경우 지난해 받은 수술이 12시간 정도가 걸렸다. 수술을 위해 개복해야 하고 모든 검사를 다해야 했다. 개복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 인생에 한두번 있을까 말까한 일이다. 그런데 성별정정하기 위해 이를 해야 한다는 것에 불만느끼는 사람도 많다.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이분법적인 성별 정체성을 따르지 않는 트랜스젠더)는 원하지 않는 분도 상당히 많다. 수술비용이나 수술 후 불편함이나 장애 때문에. 비행기 삯 비용이 적어도 70만~80만원, 수술비용이 싸봤자 1500만원, 숙박비나 간병비 등 저같은 경우 다 합치면 2000만원이 조금 넘게 들었다. 돈 자체가 무조건이고 수술 위험성도 굉장히 크다. 
김=부모동의서 말고도 정정을 위해 필요한 서류가 매우 많다. 십여개. 병적증명서와 수술확인서, 정신과 진단서, 의사소견서, 성장환경진술서, 인우보증서(지인 보증), 가족 및 친구 진술서 등이다. 이중 하나라도 자기 맘에 안들거나 보이는 성별이 판사 눈에 마음에 안 들면 기각된다.

류=다른 트랜스젠더 인권단체가 3~4년 전부터 이날을 챙겼으나 관심을 크게 못 받았다. 그거를 바꿔보자는 의미에서 열었다. 트랜스젠더가 많은 이태원에서 추모가 아니라 우리가 여기 있다, 이렇게 살고 싶다는 걸 얘기하는 행사로 기획했다. 처음에는 이렇게 시민들이 많이 올 줄 몰랐다. 그런데 예상보다 많이 왔다. 총 500~600여명. 전국에서도 많이 왔다. 그간 연대했던 단체들과 지지자들, 당사자들이 많이 왔다. 온라인 홍보 많이 했다. 외국인들도 많이 참여했다. 1년에 한번 밖에 없는 당사자 날인데 넘어갈 수가 없는 거다.
김=복지시스템에서 밀려난 부분이 너무 많다. 주민번호라는 것 때문에. 주민번호에서 1과 2라는 게 어떤 사람에게는 1이 낙인이고 어떤 사람에겐 2가 낙인이다. 번호하나 때문에 동사무소에도 잘 못 간다. 저는 얼마전 이사했는데 이사하고 나서 주소를 못 바꿨다. 왜냐하면 주민등록증을 갖고 동사무소에 가는 게 너무 무섭다. 동사무소 직원에게 아우팅(본인 의사가 상관 없이 성별 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성이 드러나는 일)을 당하는 거다. 국가가 성별정정 안해주고 주민번호에 성별을 고스란히 적어놓도록 했기 때문이다. 제 의사와 무관하게 저는 제 사회생활 위해서는 그런 시스템 안에 들어가기 위해 밝혀야 하는 상황인 거다.

원문 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811211814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