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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 보고 · 성명 · 입장문/논평

[논평] 6. 미추홀에 무지개를, 전국 방방곡곡에 무지개를! - 우리에게 축제 할 자유를 달라 -

2018년, 전국 방방곡곡에서 무지개가 일어나고 있다. 17년 부산과 제주를 시작으로 인천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분연히 일어나는 무지개에 혐오세력의 반발 또한 거세지고 있다. 늘 그러하듯 그들은 기득권을 등에 업고, 휘두를 수 있는 최고의 무기인 공권력으로 ‘가만히 있으라’는 무언의 압박을 준다.

 

어느 지역이든 퀴어문화축제를 여는 일이 쉽지 않다. 여전히 퀴어는 ‘시민’의 영역에 들지 않기 때문일까. 모두에게 열린 광장을 퀴어는 점유하지 못한다. 8월 13일 인천광역시 동구청은 모두에게 열린 공간을 다수에게 열린 공간으로 바꾸었다. 구청은 경찰과 합의된 집회 보안요원 외에 200명의 인원을 추가로 요구했고, 당일 17시까지 차량 100대분의 주차공간을 마련하라고 했다. 구청 측은 이 요구가 부당하고, 말도 안 됨을 인지하면서도 인천퀴어문화축제 측에 17시 00분 01초에 ‘상황종료’를 알리는 전화를 걸어왔다. 부러 부당하고, 절대 해낼 수 없는 일을 요구하면서 시간이 끝나자마자 칼같이 ‘공간을 내어줄 수 없음’이라는 말을 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이미 경찰과 합의가 끝난 일에 무리하게 200여명의 추가 인원을 요구하고, 당일 17시까지 차량 100대가 주차 할 면적을 요구하는 이 일이 과연 ‘모두’에게 적용되는 기준일까? 지역 사회의 그 어느 축제에서도 이렇듯 빡빡한 기준 아래서 축제가 치러지지 않는다. 다른 축제가 아니라 ‘퀴어’들의 축제이기 때문에 퀴어문화축제는 늘 제동 걸리고 만다. 공무원들은 그들이 가진 권한을 최대한 이용해 약자의 편에 서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약자의 움직임을 짓이기는 데에 사용한다. 이 번 인천퀴어문화축제 건이 그러하다. 공무원 개인이 자신의 위치를 이용하여 규정 어디에도 없는 자의적 판단을 통해 소수자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월권을 행사하였다.

 

‘국민’의 세금을 먹고 사는 담당 공무원은 자신의 월급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각성하기 바란다. 당신들이 지우고, 잊는다 하여 퀴어의 존재는 사라지지 않는다. 인천에도 세금 내는 성소수자가 존재한다. 다른 이들과 같이 세금 내고, 노동하는 우리에겐 마음껏 축제 할 자유도 없는가? ‘의무’를 다했으니 ‘권리’좀 쟁취하겠다는데, 그 앞엔 200여명의 보안위원과 차량 100대 분량의 주차공간이라는 벽이 있다. 똑같이 ‘의무’를 다한 사람들은 너무나도 가뿐히 그리고 사뿐히 넘어가는 벽이,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너무나 굳건하고 단단하다. 차별에서 비롯된 잣대와 그 잣대를 마음대로 휘두르는 만행을 두고 보는 동구청장도 응답해야 할 것이다. 당신이 소속된 ‘더불어민주당’의 ‘더불어’와 ‘민주’는 성소수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단어인 것인가? 비성소수자끼리만 더불고, 그들만의 민주주의를 하겠다는 심산이 아니라면 동구청장은 그 입을 떼어야 할 것이다.

 

성소수자들은 이제 즐겁게 축제하고 싶다. 존재에 대한 부정 없이, 편견에서 나오는 차별 없이 미추홀에 무지개가 흩날렸으면 한다.

 

2018.08.16
트랜스해방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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