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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2019년

03/07/2019 [오마이 뉴스] 샘 오취리가 '트랜스 대한 가나인'이라는 마리텔, 실망이다

우선 '생물학적 성(섹스)'은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인위적인 구분이며 반드시 '여성과 남성' 두 성별로만 분류될 필요도 없다(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하지 않았던 역사도 있다). 둘째로 누군가 여성 혹은 남성의 성별을 지정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성별정체성 또한 그것과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그 둘이 항상 일치한다는 믿음은 강력한 성별이분법이 만들어낸 허상이지, 결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트랜스젠더들이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감정과 감각을 거치며, 사회가 요구하고 때로 강요하지만 자신에겐 맞지 않는 성별정체성에서 벗어나고자 하는지를 상세히 설명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이 모든 과정을 명확하게 알고 이해했을 때만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혹은 조롱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적 소수자를 명명하는 단어들은 종종 정확한 의미와 역사를 제대로 담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소수자들은 쉽게 편견과 멸시의 대상이 되곤 한다. 그런 이유에서 더 중요한 것이 학교‧방송‧연구 기관 등 공공의 역할이다. 이런 기관들은 개인을 몰이해와 편견에서 벗어나게 할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마리텔> 자막이 방송된 후 성소수자 단체인 '트랜스해방전선'은 "트랜스젠더 혐오는 공영방송의 법도가 아니다"라는 규탄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도대체 제작진들은 왜 굳이 '트랜스 OOO'이라는 표현을 썼을까. SNS에서 돌아다니는 혐오표현을 단순히 유행어로 착각해서였을까. 하지만 공영방송의 제작진들이 어떤 표현이 단지 재밌어 보인다는 이유로 아무런 고민 없이 가져다 썼다면 이는 큰 문제다. 누구보다 자신들이 쓰는 말을 철저하게 검증해서 혐오와 편견 같은 해악을 재생산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사람들이 아닌가.
이번 사태를 보며 내가 정말 불쾌했던 것 중 하나는 지금껏 외국인 샘 오취리의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은 모습'이 줄곧 유머의 소재로 사용되어 왔다는 점이다. 그런 내용을 다루며 손쉽게 '트랜스'라는 단어를 가져온 이유가 무엇일까. 제작진들의 눈에는 여전히 트랜스젠더도, 한국 문화를 잘 체화한 외국인도 그저 신기하고 재미있는 존재로만 보였던 것일까.

원문 보기: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550924&PAGE_CD=N0002&CMPT_CD=M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