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씨는 “당사자와 활동가들에게 아픈 해”라면서도 “올해만큼 트랜스젠더의 학업권이나 직업선택권 등 다양한 권리에 대해 이야기한 해가 없었다”고 했다.
강제 입대와 마찬가지로 강제 전역 역시 트랜스젠더 혐오의 문제라고 류씨는 지적했다. 류씨는 “성기의 외형이나 유무가 전투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라며 “업무 능력평가나 동료들 이야기만 봐도 직업 수행에 문제가 없는데 변 전 하사가 전역 판정을 받은 게 매우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류씨는 “모든 곳에서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에 대해 원천적인 불안이 있었다”며 “이름이나 주민번호 등과 패싱(다른 사람이 외관 등으로 성별을 인지하는 것)되는 성별이 차이가 있는 경우 더 낙인을 우려했다”고 말했다.
류씨는 “나와 비슷한 색깔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경험을 나누는 것 자체로 희망을 얻는 경우가 많았다”며 “행진하며 ‘우리가 여기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의미가 컸는데 싱숭생숭하다”고 전했다.
숙명여대 합격 사실을 알린 A씨가 이내 입학을 포기한 것도 “또 다른 혐오” 때문이라고 꼬꼬는 말했다. 꼬꼬는 “트랜스젠더 혐오자들이 ‘주민번호 바꾸고 오라’ ‘수술 다 하고 오고 하라’곤 하는데 이번에는 그 모든 절차를 끝냈는데도 (다른 방식으로) 혐오하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매년 11월20일은 트렌스젠더 추모의 날이다. 꼬꼬도 추모 주간이 되면 친구를 떠올린다. 꼬꼬는 “지난 2018년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가 (기독교 단체와의 물리적 충돌 등으로 인한) 파행 후유증 등으로 친구가 사망한 뒤 활동가를 해보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며 “제게 큰 죽음이고, 영향을 많이 주던 친구라 이 주간이 되면 많이 생각한다”고 전했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떠나간 이들을 추모하는 것에서 나아가 “살아남은 우리들”을 기억하는 의미를 더하고 싶다고 했다. 꼬꼬는 “최대한 이 날엔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고 한다”며 “일상 속 혐오와 차별으로 힘든 날들이 이어지는 사이사이에도 서로 지탱해주는 이들이 있다는 걸 잊지 않을 수 있어 추모 주간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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