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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 보고 · 성명 · 입장문/논평

[논평] 12. 차별금지법은 차별을 금지하기 위해 제정되어야 한다

오늘 (11월 27일) 아침 경인일보에 이남식 국제미래학회 회장의 글이 실렸다. 보헤미안랩소디를 언급하며 AIDS 예방을 위해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선 안 된다는 요지로 압축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논평은 첫 시작부터 틀렸다. 영화 속에서 프레디 머큐리는 ‘동성애적 성향’을 가진 게 아니라 양성애자로 나온다. AIDS는 그가 동성과 성관계를 해서 걸리게 된 것인지, 여타 다른 바이러스 감염 루트를 통해 걸린 것인지 제대로 조명하지 않는다. 그저 양성애 정체성을 가졌고, AIDS에 감염되었다는 것만 다룬다. 그러므로 이 영화만 보고, 혹은 그의 일대기를 축소한 일부 사건을 보고 ‘동성과 성관계를 해서 AIDS에 감염되었다’는 결론을 도출하는 일은 굉장히 위험하다. 물론 성관계가 AIDS를 감염시키는 가장 전형적인 루트이긴 하다. 그러나 이는 콘돔 미착용, 비위생적 공간에서의 성관계와 같은 성교 당시의 청결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지 성애가 문제가 되진 않는다. 이는 논평에서 인용한 ‘한국AIDS퇴치연맹’에서 주장하는 바이기도 하다. 한국AIDS퇴치연맹 산하 ISHAP은 매년 퀴어퍼레이드에 참여하면서 ‘콘돔 사용’을 권유하지, 동성애 하지 말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더불어 AIDS 감염 루트를 ‘남성끼리의 성관계’로 규정하게 된다면, 여성 감염자의 존재가 지워짐과 동시에 이성 간 성관계 시 AIDS 감염에 대해 제대로 조명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성애가 아니라 ‘위생적 성관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논평은 전혀 이런 전문적인 지식 없이 작성되었다.

  해당 논평에서 나오는 근거들은 어디서 많이 본 근거들이다. 매년 퀴어퍼레이드 때마다 반동성애 세력이 들고 다니는 피켓에 적혀 있던 내용들이다. 주요셉 목사를 중심으로 한 ‘반동성애연합’, 그 배후인 ‘에스더기도운동본부’에서 뿌린 찌라시에 등장하는 내용을 그대로 복사, 붙여 넣기 하면서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올바른’ 성교육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이는 최근 한겨레에서 탐사보도된 적이 있다. 국정원과 보수정권, 종교계의 세 톱니가 맞아떨어져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성소수자들의 인권과 건강권을 침해하는 찌라시를 유포하고 있는 단체의 요지를 그대로 논평으로 퍼다 나른 이 저열한 혐오 게시글에 대한 최소한의 팩트 체크도 없이 데스크에서 통과시킨 경인일보를 규탄한다.

  논평에 언급된 대로 12월 1일은 세계 HIV/AIDS 감염인의 날이다. 이 날은 AIDS에 대한 공포를 부추기고 남성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깎아내리기 위해 존재하는 날이 아니라, AIDS에 대해 바로 알고 올바른 콘돔 착용과 위생적인 성관계를 통해 AIDS를 예방하기 위한 날이다. 더불어 HIV/AIDS 감염인 들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날이기도 하다. AIDS는 과학의 발달로 인해 더 이상 ‘저주받은’ 병이 아니다. 약만 규칙적으로 잘 복용하면 건강하게 살 수 있다. 바이러스 활동 자체를 억제시키기 때문에 타인에게 감염될 가능성도 0에 수렴한다. 이렇게 기술이 발달하고, 거의 만성질환처럼 되어가고 있는데 이런 정보에 대한 공유는 없이 AIDS에 대한 공포를 부추기는 일은 HIV/AIDS감연인의 인권과 기타 불치병/난치병 환자들, 감염성 질환 환자들의 인권을 후퇴시키는 길이다. 이는 차별금지법이 지향하는 정신이 아니다.

  차별금지법은 차별을 금지하기 위해 제정되어야 한다. ‘올바른’ 성교육은 특정 성적 지향에 대한 편향된 시각으로 타인을 구분 짓고,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위생적이고 안전한 성관계를 통해 자기 결정권을 존중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다. ‘남성 동성애자는 HIV/AIDS에 감염될 확률이 높으므로 동성애를 하지 말고, 그들을 격리시켜야 한다.’라는 교육이 과연 올바른 성교육인가? 어떤 질병에 감염되었다고 해서 그들을 사회적으로 사장시키는 일이 과연 옳은 일인가? 차별을 금지하는 법이 통과되어 위태로워질 교육이라면 다시 한번 그 ‘교육’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경인일보의 ‘올바른’ 성교육이 ‘남성 간 성관계를 하면 AIDS에 감염되므로 하지 마세요.’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면, 해당 칼럼을 내리고 공개적인 사과문을 작성하길 촉구한다. 해당 논평에서도 직설적으로 남성 간 성관계=AIDS라는 등식을 이야기할 수 없으니 ‘올바른’ 성교육이라고 에둘러 말한 것 같다. 죄송한데, 그거 올바른 거 아니다. ‘옳고’ ‘바른’것은 법 앞에 모든 국민은 평등하다는, 그 평등에는 성적 지향 역시 포함된다는 헌법 정신이다. 헌법정신을 폄훼하는 해당 칼럼을 조속히 내릴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하는 바이다.

  트랜스해방전선은 이런 차별적 혐오발언이 한 ‘견해’로 떡하니 유통되어 지속적으로 사회적 약자인 성소수자와 HIV/AIDS 감염인에 대한 좋지 않은 편견과 선입견을 생산하여 그들을 사회적으로 배제하는 일이 더는 일어날 수 없도록,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한다. 그리고 소수자 차별적인 시각의 칼럼을 최소한의 팩트체크도 해보지 않고 그대로 유통한 경인일보를 강력하게 규탄하며, 조속히 해당 칼럼을 내리고 당사자들에게 정중히 사과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국제미래학회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이나 열심히 연구하며 본업에 종사하시길 촉구한다. 더불어 12월 1일에는 세종로 공원에서 HIV/AIDS 혐오/차별 선동 규탄 집회 “HIV/AIDS혐오를 멈춰라!”가 열린다. 트랜스해방전선은 감염인 혐오를 멈추기 위한 투쟁에 적극 연대하는 마음으로 위 집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많은 연대 부탁드린다.

2018년 11월 27일
트랜스해방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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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논평은 2018년 11월 27일 경인일보 제 22면에 실린 칼럼에 대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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