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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 보고 · 성명 · 입장문/논평

[논평] 30. 위대한 생존을 해나가는 보통의 성소수자들은 결코 삭제할 수도, 삭제되지도 않는다

지난 11월 12일 안상수 의원 외 40명의 국회의원은 평등권 침해의 차별 행위에 포함된 성적 지향을 삭제하고 성별을 생래적•신체적 특징으로만 좁게 해석하는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는 단순한 법 개정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 존재하는 우리의 존재를 지우는 행위이다.

그런데 19일 이 개정안이 취소되었단 소식이 들려왔다. 소식을 접하는 순간 우리 모두는 환호성을 질렀다. 이 기쁨의 환호성은 차별을 정당화하는 법이 철회된 것이 당연하지 않은 일이라는 우리 사회의 차별적 단면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확인 결과 이는 재발의를 위한 철회이지 실질적 철회가 아니었다.

트랜스해방전선은 이런 결정을 내린 국회의원들을 규탄한다. 국가인권위원회에는 인권이 존재해야 한다. 국회에는 인권이 존재해야 한다. 우리 사회 어디에나 인권은 존재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의 무지갯빛 연대는 당신들의 이름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성소수자의 인권을 볼모로 삼고 낡아빠진 혐오 프레임으로 선거를 치르려는 정당과 국회의원들의 얄팍한 수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오늘은 국제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이다. 하필 이날 우리는 또 우리의 존재를 지우려는 국가 권력의 폭력에 맞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 또 다시 비성소수자의 합의를 운운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발언을 했다. 그리고 뉴질랜드와 미국 사례를 오랜 사회적 합의의 결과물이라고 강조함으로써 오랜 시간 한국에서 존재하고 투쟁해온 성소수자들의 역사와 삶은 철저히 부정당했다. 

이에 트랜스해방전선은 성소수자의 삶을 부정하려는 이들에게 분명한 우리의 뜻을 전한다. 당신들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부정하려는 한 명의 타인일 뿐이다. 우리는 결코 이러한 권력을 양도한 적 없다. 그 누구도 다른 이의 삶을 부정할 권리는 없다. 우리가 여기 존재하고 있는 것이 증거고 우리의 존재는 합의의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오늘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을 맞아 다시 한 번 외친다. 

“위대한 생존을 해나가는 보통의 성소수자들은 결코 삭제할 수도, 삭제되지도 않는다.”

2019년 11월 20일
트랜스해방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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