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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 보고 · 성명 · 입장문/논평

[논평] 32. 우리가 모두 평등해질 때까지 우리 중 누구도 평등하지 않다-주민등록번호 부여체계 변경 계획에서 성별 이분법 적인 표기를 끝내 포기하지 않은 정부를 규탄한다-

17일 행정안전부는 내년 10월부터 45년 만에 주민등록번호 부여체계가 달라진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행정안전부는 지역 번호가 특정 지역 출신을 차별하는 근거로 작용했기에 이러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주민등록번호 뒷자리의 첫 자리를 제외한 번호를 전부 임의번호로 부여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뒷자리의 첫 번째 번호만은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는 은행, 병원, 보험사 등의 기관들이 치러야 하는 추가 변경 비용과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어처구니없는 변명이다. 뒷자리에 임의번호를 부여하는데 굳이 첫 자리만 남겨두는 것이 왜 추가 비용 문제라는 말인가. 

이것은 정부의 의지 문제이다. 정부가 성별 이분법을 강화하고 트랜스젠더퀴어에게 폭력적으로 다가오는 성별 이분법적 주민등록번호 부여체제를 바꾸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혼란이란 핑계를 댄 것은 보수 기독교 세력의 반발이 나올 것을 미리 걱정하고 포기한 것 아닌가. 

트랜스해방전선은 정부의 이러한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주민등록번호 부여체제를 45년 만에 바꾸기로 할 때부터 이미 예견된 사항이었다. 그런데 왜 굳이 성별 이분법만 이런저런 핑계로 유지되어야 한단 말인가. 당장 주민등록번호 부여체계 변경계획을 재검토할 것을 요구한다.

사회가 마음대로 정한 지정성별과 달리 다른 방향으로 자신의 성별 정체성을 확립한 트랜스젠더퀴어는 이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누군가에게 여성과 남성으로만 표기된 주민등록번호는 폭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의료적 트랜지션을 마친 트랜스젠더 당사자조차 성별정정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간단한 민원을 처리할 때나 비행기를 탈 때조차 수많은 시선에 시달려야만 한다. 은행, 병원, 보험사 모두 마찬가지다. 

국가는 지금까지 이런 폭력을 애써 외면한 것도 모자라, 오늘 전면적으로 주민등록번호 부여체계를 개편한다고 발표할 때조차 트랜스젠더퀴어의 존재를 또 지웠다. 성별 정체성은 단 둘로만 나뉘지 않는다.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은 세계적인 록밴드 U2의 리더 보컬인 보노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U2의 메시지는 다른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모두 평등해질 때까지 우리 중 누구도 평등하지 않다.” 누군가를 배제하는 공간에서 우리는 누구도 평등하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본인이 감사의 뜻을 표한 메시지가 무엇인지 기억하며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라.

2019년 12월 17일
트랜스해방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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