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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 보고 · 성명 · 입장문/논평

[논평] 2. 전북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생회는 어떤 ‘내일로’ 가는지 묻는다

전북대학교 사회대학 학생회가 성소수자 동아리 ‘열린문’에게 동아리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열린문’에서 이를 거부하자 등록 인준을 취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학생회 측에서 요구한 서류는 성명, 성별, 직책, 학부(학과), 학년, 거주 형식 및 연락처를 기재하고 이같이 상세한 개인정보를 사회대 행정실에 제공하는 것에 동의하도록 되어 있었다. 이는 명백한 인권침해이다.

 

열린문은 성소수자 동아리의 특성상 회원들의 신상을 밝힐 수 없으나 회원들의 수를 최대한 증명하기 위하여, ‘동아리 활동 계획서 및 지원금 사용 내역서’ ‘활동 보고서’, 2017년 등록 서류인 ‘회비 납부 내역’ ‘회의록’ 등을 제출했다. 하지만 이 서류들은 모두 반려됐다. 이 서류들로는 회원들이 사회대학 구성원인지 알 수 없다는 이유였다. 사회과학대학 동아리 활동 세칙 1조 1항의 ㄱ목은 “회원 20인 이상의 서명을 받을 수 없다고 운영위에서 인정한 경우는 예외로 한다.”라고 되어 있다. 학생회에서는 행정실의 결정자 교체로 인하여 기존에 인정되었던 서류들과 ㄱ목이 인정되지 않게 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ㄱ목은 앞서 보았듯 회원의 서명을 받을 수 없다는 예외 판단을 학생회 운영위에서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학생회는 이 사항에 대한 판단 주체가 학생회인지 행정실인지 밝혀야 한다. 학생회가 입장문에서 밝힌 내용대로라면 이는 행정실에서 월권을 행사한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이 드러났을 때 받을 혐오에 대한 공포를 안고 살아간다. 필요 없는 간섭과 정체성에 대한 부정, 노골적인 혐오표현, 사회로부터의 배제 등 두려운 것들로 둘러싸여 있다. 이 때문에 사회대학 행정실에서는 열린문이 성소수자 동아리라는 것을 알고 난 이후, 이름의 성과 연락처만을 기재한 명부를 행정실에 직접 제출하도록 하라는 사항을 학생회 측에 전달하였다고 한다. 학생회 측의 주장은 이와 달랐으나 뒤늦게 확인하고 입장문을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행정실의 주장이 사실이었다. 이번 일은 학생회의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 부족과 소통 부재로 일어난 일이다. 이들이 모든 학생들을 대변하기엔 자격미달의 학생회가 아닐까 의구심이 든다.

 

트랜스해방전선은 학생회가 열린문에게 요구한 개인정보 중에서 특히 성별에 특히 주목한다. 성소수자 중 트랜스젠더는 자신의 성별을 드러내야 하는 상황에서 수시로 갈등을 겪는다. 한국은 여전히 외부성기수술을 법적 성별 정정의 최소 조건으로 두는 나라이며, 성별 이분법에서 벗어난 정체성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렇기 때문에 학생회와 행정실이 학생들에게 제공하라고 요구하는 성별 정보는 그들의 정체성과 상이한 성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요구하는 것은 트랜스젠더의 자존감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이다.

 

2018년 전북대학교 사회대학 학생회의 이름은 ‘내일로’라고 한다. ‘내일로’가 말하고 꿈꾸는 내일은 어떤 내일인가. 성소수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배제하는 오늘과 같은 내일인가. 소통하지 않는 내일인가. 아니면 성소수자와 함께 하는 내일인가.

 

트랜스해방전선

 

12 / Apr / 2018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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