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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 보고 · 성명 · 입장문/논평

[논평] 20. JTBC는 인권보도 준칙을 준수하라

지난 5월 11일, JTBC는 <'외국인 고용' 성매매 현장…잡고 보니 성전환 태국인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작성해 홈페이지에 게시하였고, 이는 동일한 내용으로 방송으로 방영되기도 했다. 영상은 <‘태국 성전환자’ 국내 성매매 적발>이라는 타이틀로 송출되었다.

해당 뉴스의 내용은 전국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외국인을 불법 고용하여 성매매에 이용하는 업소들에 대한 고발이어야 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기사의 헤드라인도, 송출된 방송의 타이틀도 ‘태국인 성전환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한 기사는 성매수자에 대한 경각심과는 거리가 멀었고 성매매 여성을 중심으로 보도되었다. 이는 한국 기자협회와 인권위가 함께 제정한 ‘인권보도 준칙’에 전면으로 위배되는 보도였다.

2011년 제정되어 2014년 개정된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기자협회가 공동으로 제정한 인권보도준칙에는 다음과 같은 항목이 포함되어 있다.

제8장 성적 소수자 인권
1. 언론은 성적 소수자에 대해 호기심이나 배척의 시선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가. 성적 소수자를 비하하는 표현이나 진실을 왜곡하는 내용, ‘성적 취향’ 등 잘못된 개념의 용어 사용에 주의한다.
나. 성적 소수자가 잘못되고 타락한 것이라는 뉘앙스를 담지 않는다.
다.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 경우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을 밝히지 않는다.
라. 성적 소수자에 대해 혐오에 가까운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2. 언론은 성적 소수자를 특정 질환이나 사회병리 현상과 연결 짓지 않는다.
가. 성적 소수자의 성 정체성을 정신 질환이나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묘사하는 표현에 주의한다.
나. 에이즈 등 특정 질환이나 성매매, 마약 등 사회병리 현상과 연결 짓지 않는다.

기사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여 본 결과, 본 기사를 보도하는 데에 ‘성전환자’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아도 기사 내용을 전달하는 데는 전혀 이상이 없었다. 이는 ‘태국’이라는 특정 지역에 대한 언급도 마찬가지였다. 이 문제의 본질은 태국에서 온 트랜스젠더들의 성매매가 아니라 외국인을 불법으로 고용하여 성매매를 알선하고, 성매수 한 행위에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성매매 사건을 보도함에 있어 성매수자와 포주가 아닌 성매매 여성에 초점을 맞추고 그 여성이 트랜스젠더인지/아닌지를 보도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과도 전혀 상관이 없으며 오히려 자극적인 보도를 위해 당사자의 소수자성을 끌어오는 저열한 행위에 불과하다. 더구나 ‘잡고 보니 성전환 태국인들’이라는 표현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매우 충격적인 일이 일어났다는 듯한 표현이며 이는 명백히 함께 살아가고 있는 트랜스젠더들의 존재를 ‘상상할 수 없는/충격적인’ 존재로 생각하게끔 만든다. 이같이 트랜스젠더에 대한 배제적 시선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것도 모자라 강화하기까지 하는 기사가 나가는 동안 데스크는 보도 준칙에 맞는지 최소한의 검토도 하지 않은 것인가?

성매매 여성들은 트랜스젠더이기에 성매매하게 된 것이 아니며, 트랜스젠더가 비(非) 트랜스젠더와는 다른 별난 사람도 아니다. 기사에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사건의 본질과 상관없는 트랜스젠더라는 정체성을 함부로 오픈하며 심지어 정확하지도 않은 ‘성전환자’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명백히 트랜스젠더를 가십거리와 유희의 대상, 비(非) 트랜스젠더와는 다른 존재로 생각하였기에 가능한 표현이었다. 트랜스젠더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정체성을 포괄하는 단어이며, ‘성전환자’라는 단어 하나로만 묘사할 수 없다. JTBC와 이호진 기자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성전환자’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과 인권보도 준칙을 준수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사과하며 다시는 이런 보도행태를 이어가지 않을 것을 약속하라. 엄연히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기자협회가 함께 제정한 인권보도준칙이 있음에도 이를 깡그리 무시한 채로 트랜스젠더를 흥밋거리로 소비하는 보도 행태는 언론의 질을 저하하고 언론의 기능을 저버린 행위다. JTBC는 손석희 앵커가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신뢰’의 상징이 되었다. 온 국민의 신뢰를 얻는 방송사가 되고 싶다면, 트랜스젠더인 국민들의 신뢰도 얻어야 할 것이다. 특정 범죄와 특정 정체성을 연관 짓지 않는, 신뢰할 수 있는 JTBC가 되기를 바란다.

<언론은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위해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의 증진을 목표로 삼는다. 
언론은 이를 위해 인권문제를 적극 발굴․보도하여 사회적 의제로 확산시키고 인권보장을 위한 제도가 정착되도록 여론형성에 앞장선다.
언론은 일상적 보도과정에서 인권을 침해하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아울러 ‘다름’과 ‘차이’가 차별의 이유가 되지 않도록 노력한다.
언론은 인권의 증진이 기본적 사명임을 깊이 인식하여 국민의 인권의식 향상과 인권존중문화 확산에 기여한다.
이에 따라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인권보도준칙을 제정하여 이를 준수하도록 권고한다.>

- 한국기자협회•국가인권위원회 인권보도준칙 전문

2019년 5월 14일
트랜스해방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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