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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 보고 · 성명 · 입장문/성명

[성명] 10. 기다리지 않고 직접 역사를 바꾼 이들을 기억하며 - 스톤월 항쟁 50주년에 부쳐

스톤월 항쟁이 50주년을 맞았다. 1969년 6월 28일, 뉴욕시 그리니치 빌리지의 스톤월 인(Stonewall Inn)이라는 바에서는 경찰의 폭력에 저항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게이, 드랙퀸, 히스패닉, 흑인, 성노동자들이 함께 연대해 직접 투쟁에 나섰다. 이 사건은 성소수자 인권 운동을 촉발하는 사건이었다. 스톤월 항쟁 이전 미국 사회에서는 성소수자들이 함께 연대해 투쟁하는 것보다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용인되는 사회에 더 가까웠다. 공권력을 가진 경찰이 성소수자를 연행하거나 감금하는 경우도 빈번했고 길거리에서 돈을 뺏거나 입고 싶은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직접적인 폭력을 가하는 일도 자주 있었다. 

하지만 50년 전 오늘 성소수자들은 이 폭력에 더는 침묵하지 않았다. 다양한 성적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사진 성소수자들은 함께 연대해 공권력을 이용해 시민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경찰에 저항했다. 이들은 동전이나 돌멩이를 던지기도 하고 본인들의 구호를 외치기도 하면서 같은 시민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가시화하고 더 이상 성소수자에 대한 폭력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후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폭력을 용인하지 않고 직접 나서 연대하고 저항할 때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교훈은 전 세계 성소수자들에게 큰 귀감을 주었고 우리는 기다리지 않고 직접 세상을 바꾼 이들을 기념하고 있다. 이러한 스톤월 항쟁의 교훈은 현재 한국 사회에도 많은 점을 시사한다.

지난해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는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또다시 혐오 폭력이 자행되었다. 하지만 참가자들은 그들의 폭력에 맞서 “우리는 여기 있다”라고 한목소리로 외치며 투쟁하기를 그치지 않았고 20분이면 갈 거리를 4시간 동안 함께 묵묵히 걸으며 서로의 곁에 서로가 있음을 확인했다. 또 지난해 11월 17일 트랜스해방전선 주최로 이태원에서 열린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집회 및 행진에서는  1000여 명의 참여자들이 “그만 죽여라, 우리도 살고 싶다”라는 구호를 함께 외치며 트랜스젠더를 가시화하고 혐오 폭력에 대해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우리 앞에는 여전히 수 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존재를 범죄로 만드는 군형법 92조의 6이 폐지되지 않았고, 그 결과 육군과 해군 내에서 성소수자를 색출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 사건의 피해자 중 여전히 재판을 받는 이들이 있고 헌법재판소에도 위헌 소송이 올라가 있는 상태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미룰 수 없는 일임에도 20대 국회에서는 아직 발의조차 되지 않았고, 성별정정특별법과 트랜스젠더 의료보험과 관련된 문제는 가시화조차 힘든 상태이다. 지금도 성소수자들의 죽음 소식은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다.  

트랜스해방전선은 여전히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가해지는 폭력에 맞서 스톤월 항쟁의 교훈을 기억하며 직접 앞장서서 사회를 바꿔나갈 것이다. 기다리지 않고, 나중을 찾지 않고, 지금 당장 우리가 모여 목소리를 낼 때 이 사회가 절대 폭력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혐오가 용인되는 사회는 평등하지도, 안전하지도 않은 사회이다. 평등하고 안전한 사회를 위해, 퀴어들의 해방을 위해 특히 트랜스젠더들의 해방 사회를 위해 트랜스해방전선이 항상 함께 걷고 앞장서겠다. 

2019년 6월 28일 
트랜스해방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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