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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 보고 · 성명 · 입장문/성명

[성명] 8. 더 이상 낙태죄는 없다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형법 269조 1항(자기 낙태죄)과 270조 1항(의사 등 낙태죄)에 대한 위헌 여부에 대해 선고를 한다. 유남석 헌재소장이 지난해 9월 "임신 초기 사회·경제적 사유에 따른 임신중절을 허용하도록 입법을 고려해야 한다" 밝힌 바가 있어 많은 이들이 낙태죄 폐지가 이뤄질 것을 그 어느 때보다 더 기대하고 있다.

낙태는 '태아를 떨어뜨린다'라는 말로, 임신 중절을 시도하는 사람이 고귀한 태아의 생명을 앗아가는 행위를 한다는 부정적 함의가 내포되어 있다. 이 뜻을 교활하게 활용하여 '태아의 생명권'을 외치는 무리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사람의 가능성을 지나치게 강조한다. 어떻게 대단한 사람으로 자랄지도 모르는 태아를 그렇게 손쉽게 죽이냐고. 또한 낙태죄가 폐지되면 누구나 기분 좋게 임신 중절하러 생각 없이 병원을 찾을 것이라는 망언도 흔하다. 여기에 임신을 시킨 사람에 대한 비판은 없고, 임신중절을 결정 내린 사람이 어떤 각오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려마저 없다. 하다못해 피부 트러블이 났을 때 병원을 어디에 가야 할지 선택할 때도 많은 고려를 하기 마련인데, 자기 몸에 칼을 대야 하는 수술인 임신중절 수술에는 어떠하겠는가.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위원회는 임신 중절을 제한하는 법은 여성 차별이라 명시하고 이는 여성을 비롯한 임신 가능한 모든 사람마저 차별하는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임신 중절을 불법화하고 죄악시한다고 하더라도 언제 어디에서나 임신 중절을 하는 사람은 계속 존재한다는 것을 국가는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인터섹스, 트랜스젠더 남성, 논 바이너리 트랜스젠더, 이주 여성, 청소년, 성 노동자, 장애 여성, 빈곤 여성 등 임신 중절권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임신 능력을 갖춘 모든 사람이다. 이들 중 일부는 세간의 편견 때문에 적절한 피임 · 임신 중절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일이 계속 반복돼선 안된다. 국제인권법에서 주창하듯, 모든 사람은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해 온전히 자신만의 고유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으며 국가는 모두의 몸을 통제할 권리가 전혀 없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결정을 촉구하는 100일 간의 1인 시위가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주최로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진행된지 어느덧 133일이 흘렀다. 낙태죄가 폐지되는 모습을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이들이 투쟁하며 기다렸다. 더 이상 나중은 없다. 국가는 낙태죄를 폐지하고 임신 중절이 필요한 모든 사람이 경제적 · 사회적 차별 없이 안전하고 위생적인 수술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사회를 건설하라.

#4월11일에_낙태죄는_폐지된다

2019년 4월 10일
트랜스해방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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