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 31일은 세계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이다.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은 2009년 미국의 Rachel Crandall이라는 트랜스젠더 활동가에 의해 제정, 트랜스젠더를 향한 차별과 혐오에 저항하는 모든 이를 축하하고 기리는 날이다.
한국 사회에서도 트랜스젠더는 혐오범죄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언제 어디서나 대상화당하며, 언제 어디서 누구의 손에 의해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살아가고 있다. 단지 지정성별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차별과 범죄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만으로 클럽에서 폭행당하기도 하고, 심지어 살해당하기도 한다. 병원에서도, 관공서에서도, 공항에서도 주민등록증의 성별과 실제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진료를 거부당하고, 의심의 눈초리를 받아야만 한다.
많은 트랜스젠더들이 이런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넌 남자/여자같이 생겨서 안돼.’, ‘그냥 게이/레즈비언이나 하지 왜 성별을 바꾸고 난리야.’, ‘예전 사람들처럼 그냥 생긴대로 참고 살아.’, ‘너 그거 정신병이야.’ 게다가 인터넷에서도 트랜스젠더는 단지 성애의 도구로만 취급될 뿐이다. 검색엔진에 한글로 ‘트랜스젠더‘라고 입력하면 성인인증을 요구한다. 트랜스젠더, 특히 트랜스여성은 당신의 성적 유희를 만족시키기 위한 섹스토이가 아님에도 말이다.
국가 역시 이 구조적 차별에 동참하고 있다. 트랜스젠더의 성별정정을 위해서는 의료적 조치 및 여타 많은 종류의 서류가 필요하다. 부모동의, 재산내역, 범죄내역, 인우보증서, 진술서, 기혼 여부 등등. 법원은 트랜스젠더에게 빚이 없으며,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고, 커밍아웃을 하고 지내며, 어릴 적부터 가족과 화목하게 반대의 성으로 살았기를 요구하고, 의료보험도 없이 사비로 트랜지션을 진행하기를 강요한다. 심지어 이성애자가 아닐 경우 ‘보편적인 남성/여성이 아니라’면서 정정을 거부하기도 하며, 판사님께서 보시기에 ‘남상이다.’, ‘여상이다.’라고 하며 정정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사회적으로 배척받는 트랜스젠더들에게 보호막을 씌워주지는 못할망정, 차별을 공고히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트랜스해방전선은 요구한다. 트랜스젠더도 국민이다. 대한민국 헌법 11조 1항에서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국가는 과연 트랜스젠더 당사자들, 나아가 모든 소수자들을 위하여 헌법을 지킬 생각이 있는가. 헌법에 따르면,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에게 의료적 지원과 법적 지원을 하는 것이 국가의 당연한 의무인 것이다.
국가는 트랜스젠더 당사자에게 의료보험 지원을 허하라. 법적성별정정에서 판사의 재량권을 줄여라. 실질적으로 소용없는 진술서, 재산내역, 부모동의, 강제적 의료조치 등을 없애라. 나아가 주민등록번호의 성별표기 자체를 삭제하라.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여 혐오세력들과 사회의 시선에서 소수자를 보호하라.
트랜스젠더도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그래서 우리는 외친다. “도란스 올려!“
2019년 3월 29일
트랜스해방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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