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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 보고 · 성명 · 입장문/성명

[성명] 5. 감사의 말 - 우리의 연대는 혐오보다 강하다

안녕하세요. 트랜스해방전선입니다. 매년 11월 20일은 “국제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입니다. 이 날은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만으로 혐오 범죄의 대상이 되어 희생되신 분들을 추모하고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그 혐오범죄를 규탄하는 날입니다. 트랜스해방전선은 이 날을 위해 11월 17일 토요일 저녁 이태원에서 행사와 행진을 준비하였습니다. 단체를 창립한 지 일 년도 되지 않은 작은 단체에서 처음 행사를 준비하다 보니 물질적으로 그리고 인력과 경험이 부족하여 애로사항들이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준비기간이 짧았고 준비 초기에는 물질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잘한 실수도 생기고 여기저기에서 트랜스해방전선에 대한 악의적인 루머가 돌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저희 힘만으로는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연대의 힘을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짧은 기간 내에 많은 단체와 개인 분들이 뜻을 함께해주셨습니다. 지금까지 가시화되지 못했던 수많은 성소수자 단체들은 물론이고, 한국여성노동자회를 포함한 많은 여성 단체들과 페미니즘 학회들, 난민인권센터, 진보정당들, 그리고 수많은 청소년 단체들까지 144개의 소수자 인권 단체들과 당사자 그룹들이 함께 연대를 표명해주셨습니다. 특히 24개 단체와 수십 분이 개인적으로 다양한 금액을 후원해주셨습니다. 익명으로 후원해주신 분도 계셨고 여러 번 후원해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그리고 현재 전 재산이라고 1원 단위까지 전부 후원해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마스크와 스티커를 직접 포장해서 제공해주신 봉봉잡화점에도 무한한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여러분이 계시지 않았다면 이번 행사를 진행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래서 단돈 1원 단위까지도 허투루 낭비하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또한, 연대발언을 해주신 녹색당 신지예 공동운영위원장님과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님, 트랜스젠더 활동가 라라님,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님, 정의당여성주의자모임 곽수진 운영위원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리고 추모 공연을 해주신 비텔님, 도댕님, 소주님께도 감사드립니다. 트랜스젠더 혐오 문화가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연대 발언과 추모 공연 역시 용기가 없이는 하실 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마찬가지로 행사 당일 너무나도 추운 날씨에 자리를 빛내주신 모든 연대 단체와 600여분의 참가자 분들께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적은 운영위원들의 통제에 협조해주신 모든 참가자 분들 덕분에 행진을 안전하게 마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11월 17일 연대의 힘을 체험했습니다. 최초 50여 명을 예상한 것과 달리 600여분이 직접 행사에 참여하여 트랜스젠더 혐오 범죄에 희생되신 분들을 추모하고 행진하며 “우리도 살고 싶다”라고 외쳤습니다. 주말 저녁 이태원 차도를 걸으며 수많은 시민들에게 우리가 존재하고 있음을 알렸고 많은 시민 분들이 호응해주셨습니다. 행진이 기사화되어 모 포털사이트에서 메인 기사에 실리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도 녹록지 않습니다. 그 기사 댓글엔 온갖 혐오 표현이 난무하고 있고 20대 국회는 차별금지법을 발의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은 아직 성별 정정에 관한 법률조차 없는 국가이고 시설 별 성중립 화장실 설치 의무 준수 또한 지지부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무엇보다 지금도 누군가는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범죄의 대상이 되고 누군가는 혐오 문화 때문에 이른 죽음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17일, 세상을 바꾸기 위한 한 발을 내디뎠습니다. 함께 연대하여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외친 그 투쟁들이 모여 세상은 점차 평등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 세상에서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여성이란 이유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노동자란 이유로, 난민이라는 이유로, 그 어떤 소수자라는 그 이유 자체만으로 차별받고 폭력을 당하는 사람이 있다면 트랜스해방전선은 끝까지 그 불의한 혐오에 맞서 함께 분노하고, 함께 싸우는데 앞장설 것입니다. 그리고 그 평등한 무지갯빛 세상을 쟁취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습니다. 지금도 고통 받고 있는 내 주위의 동지들을 위해. 그리고 누구에게 말도 못 하고 혼자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고통받으며 힘들게 생존하고 있는 누군가를 위해. 지금 당장 바꿔야만 합니다. 당장 성별 정정에 관한 법률과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성중립 화장실을 만들어야 합니다. 나중은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지금 행복할 권리가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17일 보여주신 추운 날씨도 이겨낸 뜨거운 연대를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힘들 때 트랜스해방전선이 항상 함께하겠습니다. 연대는 힘들 때 서로 아무 조건 없이 옆을 지켜주는 것, 그리고 함께 싸워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을 살아내는 우리는, 내일도 살고 싶습니다. 살아낼 것입니다. 우리의 연대는 혐오보다 강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 번 트랜스해방전선을 아껴주시고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행사에 연대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11월 18일

트랜스해방전선

 

#TDOR행진

 

"그만 죽여라! 우리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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