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트랜스해방전선 운영진입니다. 여러분께 한 가지 요청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혹시 다가오는 11월 20일이 무슨 날인 줄 아시나요? 관심 있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 날은 'TDOR'이라고 불리는 날입니다. 'Transgender Day Of Remembrance' 즉,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이지요. 이 날은 미국에서 트랜스젠더 리타 헤스터가 혐오범죄로 인해 살해당한 것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유래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일이 없을 것 같지만 존재했고, 앞으로도 존재할 것입니다.
2010년 대구에서는 한 남성이 자기 애인이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알아 충격을 받아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고, 연인이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은 그전부터 알고 관계를 유지하였으며, 형량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꾸며낸 동기가 바로 피해자가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이는 살해 이유를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악질적인 행위이자, '트랜스젠더'라는 차이를 두고 생명에 경중을 두는 차별적 사고가 범행의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믿음이 바탕이 되어 나온 핑계일 것입니다. 그리고 처참하게도, 관련 기사 댓글에서는 살인자와 유사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2014년에는 트랜스젠더 여성이 화대를 주지 않는 손님에게 항의하다가 칼에 찔려 죽었습니다. 이 여성이 유흥업에 종사했기 때문에 칼에 찔려 죽어도 괜찮은 것이었을까요? 이 여성이 유흥업에 종사할 수밖에 없게 되기까지 그동안 직장에서 겪었던 숱한 차별들에 대해서도 우리는 상기해보아야 합니다.
기사화된 사례는 이 두 가지뿐이지만 사실 가장 최근에도 우리는 트랜스젠더를 사회적으로 배제하는 현상을 목격했습니다. 바로 혜화역에서 이루어졌던 시위였는데요, '생물학적 여성'으로만 시위 참여 인원을 한정 지어 트랜스여성들을 차별하는 것은 물론, 그 시위를 홍보하며 사용했던 한 장의 이미지는 시스젠더 중심의 사회가 트랜스젠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단편적으로 알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얼마 전에도 모 정당의 당원이 SNS 게시판에서 '트랜스젠더는 정신병'이라는 워딩을 사용하여 당원/비당원들로부터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것을 기억합니다.
내가 나 자신을 어떤 모습으로 생각하든지 간섭받지 않을 권리가 있듯, 트랜스젠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조금 다른 겉모습/정체성/지향성/취향 등을 지녔다고 해서 누군가를 사회로부터 배제하고, 차별할 권리라는 것은 없습니다. 그것은 표현의 자유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포장할 수 없는 것입니다.
혐오는 혐오입니다.
표현의 자유는 이렇게 차별받고 배제당하는 사회 구성원들이 '그만 멈춰달라'는 소리를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안전장치입니다.
우리 트랜스해방전선은 그런 사회적 소수자들, 그중에서도 트랜스젠더들이 '그만 멈춰달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그런 세상을 꿈꾸며 목숨을 잃어갔던 트랜스젠더들을 기억할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는 차별에 의한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소리 내고 연대할 것입니다.
오는 11월 20일은 전 세계적으로 트랜스젠더의 죽음을 추모하는 날이기에, 이 날을 맞이하여 17일 트랜스해방전선이 작은 행진을 한 번 해보려고 합니다. 11월 17일 토요일 낮 4시 30분부터 연대사와 공연, 행진으로 이루어진 마치(MARCH)를 할 계획입니다. 정의롭고 다양한 세상을 만들기 원하는 많은 시민 분들, 트랜스젠더 및 다양한 성소수자들의 권익이 조금 더 향상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여러분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11/17일, 낮 4시 30분 녹사평역 1번 출구 공터에서 뵙겠습니다.
● 드레스코드는 검정입니다. 검은색에 자신의 정체성, 지향성 혹은 트랜스젠더 프라이드 컬러를 포인트로 착용하시면 됩니다.
● 원하신다면 당일 포인트 아이템으로 쓸 수 있도록 트랜스 플래그와 핀 버튼을 증정하오니 부담 없이 오시면 됩니다.
● 소정의 후원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국민 823701-04-318202
예금주 : 트랜스해방전선
-
개인/단체 연대 서명:
https://docs.google.com/…/1FAIpQLSf_r3FARHJ_0BLOwo…/
#트랜스해방전선
#TDOR #TDOR행진 #TDORMARCH
#트랜스젠더추모의날
#TransgenderDayOfRemembrance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freetransright/posts/328147181316319
'논평 · 보고 · 성명 · 입장문 > 성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명] 6. 자기결정권이 보장되는 나라를 위해 - 법적성별정정 서명전을 시작하며 - (0) | 2019.05.02 |
---|---|
[성명] 5. 감사의 말 - 우리의 연대는 혐오보다 강하다 (0) | 2019.04.16 |
[성명] 3. 우리에겐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 (0) | 2019.04.13 |
[성명] 2. 2018년 3월 31일,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을 보내며 (0) | 2019.04.02 |
[성명] 1.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며 (0) | 2019.04.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