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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 보고 · 성명 · 입장문/입장문

[입장문] 5. 트랜스남성은 여성이 아니다

<트랜스남성은 여성이 아니다>
 
  작년 겨울 한 게이 BJ는 다른 출연자 두 명과 함께 진행한 유튜브 합동 생방송에서 본인이 게이 바에서 일하며 겪은 일을 말했다. 약 4분 동안 그는 FTM(이하 트랜스 남성) 손님을 "누가 봐도 여자", "건방지고 싸가지 없음을 남자다움으로 착각한" 등 그 손님을 자기 주제 모르는 여성으로 묘사했으며, 얼마 뒤 가게 사장이 밖으로 끄집어내 폭력을 행사하는 걸 보고도 그대로 내버려 뒀다는 걸 실토했다. 이에 트위터를 중심으로 해당 유튜버를 규탄하는 움직임이 일어나자 오늘 그는 짤막한 변명이 담긴 토막글을 내뱉었다.
 
  그는 "여성이 남성이 된다는 건 멋진 노력"이라는 말을 했다. 트랜스젠더는 "사회적으로 정해진 성별 정체성대로 살아가는 사람들과 달리, 다른 방향으로 본인의 성별을 인식하며 살아가는 모든 사람"을 통틀어 얘기하는 말이다. 그러니 그가 트랜스남성을 두고 "여성에서 남성이 되는" 사람으로 묘사한 건 어불성설이다. 그는 트랜스여성 유튜버와 교류하는 모습을 종종 보여왔는데, 그럼 여태 상대방들을 '남성에서 여성이 된' 사람으로 인식했던 것일까. 비-트랜스젠더로 사는 사람들은 "당신은 왜 여성/남성으로 인식합니까?"라는 어설픈 질문을 받는 경우가 거의 드물지만, 트랜스젠더퀴어들에겐 저런 질문이 일상적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안전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커밍아웃을 한 이들마저 자주 겪으며 살고 있다.
 
  트랜스미소지니, 혹은 트랜스여성혐오라는 말이 있다. 2007년 Julia Serano(줄리아 세라노)가 《Whipping Girl》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로, 트랜스젠더, 특히 트랜스여성을 향해 쏟아지는 트랜스젠더 혐오와 여성혐오가 결합한 형태의 혐오 발화 및 선동을 지칭한다. "싸가지 없는" 여성으로 보이는 사람은 쉬이 폭력의 대상으로 재단되어도 되는 걸까.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과 "이수역 폭행 사건" 등 남성이 자신의 사회적 • 신체적 위력을 바탕으로 여성에게 폭력을 가한 일들이 이번 사건에서 떠오른다. 분명 가해당한 사람은 트랜스남성이지만 이 사회에서 여성으로 보였다는 이유만으로 폭력을 당했다는 점에서 이 일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99년, 미국에서 만들어진 《Boys Don't Cry(소년은 울지 않는다)》라는 영화도 떠오른다. 성기 수술을 계획했지만 하지 않고 살아가던 Brandon Teena(브랜든 티나)가 강간 살해된 실화에 바탕을 뒀다. 이십년 전에 제작된 작품이지만, 이 영화에서 적나라하게 폭로되는 트랜스젠더혐오, 여성 폭력, 성별이분법에 따른 감옥 배치 등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트랜스해방전선은 능력이 되는 선에서 어디에서나 소수자를 향한 혐오에 대항하기 위해 분투했다. 특히 논평 및 성명은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스피커들을 향해 쓰는 것에 힘썼다. 이번 일이 처음 언급될 때부터 해당 유튜버의 영향력이 전례와 유사한지 검토하는 데 많은 시간이 흘렀다. 많이 늦었지만 본 졸필을 통해 트랜스해방전선은 다양한 트랜스젠더 혐오 소수자 차별에 대응 모색하기를 멈추지 않겠다는 것을 알린다.

2019년 8월 2일
트랜스해방전선 인권대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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