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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 보고 · 성명 · 입장문/논평

[논평] 15. 우리도 살고 싶다

12월 7일 밤 10시 50분, 결국 누더기가 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해당 법원이 본회의에 상정되고 통과되는데 걸린 시간은 다른 법안들과 마찬가지로 겨우 20초 내외였다. 법안을 상정할 때 국회의장이 법안의 제명을 읽은 시간과 결과를 공포한 시간을 제외하면, 어쩌면 단 5초. 그 5초 동안 반대표를 행사한 국회의원은 겨우 4명이었고, 그 어떤 국회의원도 후퇴한 인권에 대해 토론을 신청하지 않았다. 그 찰나의 시간 사이에 수많은 트랜스여성들은 폭력에서 안전할 권리를 빼앗겼고 젠더퀴어, 인터섹스 등 성별 이분법으로 정의할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은 존재를 부정당했다. 또한, “태어날 때부터” 여성인 자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벌어질 끔찍한 폭력 역시 국회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젠더 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원안은 너덜너덜한 누더기가 됐다. 오히려 수많은 소수자들을 배제하고 이들을 폭력의 사각지대로 밀어 넣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 법률은 대한민국 헌법에서 정하는 수많은 조항을 어긴 위헌 법률이라 할 수 있다. 위 법률이 위반한 헌법 조항은 다음과 같다.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제11조 1항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제17조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제30조 타인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생명ㆍ신체에 대한 피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로부터 구조를 받을 수 있다.

◉제34조 1항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제37조 1항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

  트랜스해방전선은 인권을 넓게 해석하여 최대한 배제되는 사람이 없도록 노력하지는 못할 망정, 단 5초 만에 수많은 사람들의 인권을 침해한 국회의 파렴치한 행위를 규탄한다. 또한, 거대 기득권 양당의 밥그릇만을 위한 야합을 규탄한다. 당신들에게는 그저 미루다가 세트로 묶어 통과시킨 법안 중 하나일지 모르지만 국민 중 누군가는 그 누더기 법안 때문에 폭력으로부터 안전할 권리를 빼앗겼다. 인권과 관련된 법률은 그 어느 법안보다 더욱 신중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국회의원은 헌법 10조에 의거 특권을 가질 수 없다. 이는 국회의원들이 헌법을 위배하여 인권을 침해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국회의원들에게 헌법 10조 중 일부를 다시 한번 주지 시켜주고 싶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국회는 앞으로 벌어지는 모든 트랜스젠더 혐오범죄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살릴 수 있고, 막을 수 있었는데 배제한 이들이 바로 당신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트랜스젠더고 우리는 국민이다. 우리는 지금 여기 존재하고 있고 그 누구도 우리의 존재를 지울 수 없다. 우리도 살고 싶다.

2018년 12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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